본지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Zen style) 일본 사인 디자인에 대해 알아본다. 아자부다이힐즈, 롯폰기, 긴자, 하라주쿠, 미야시타 등 일본의 여러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 사인 디자인이 어떤 형태로 공간에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장효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교수)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 도쿄 포트시티 다케시바의 전경과 근처의 워터즈 다케시바 모습(도쿄 관광 공식 사이트 GO TOKYO)
산업과 문화를 담고 있는 포트시티 다케시바 도쿄 포트시티 다케시바는 2020년에 자연과 지속가능성을 콘셉트로 오픈한 40층 규모의 비즈니스 상업 복합시설이다. 이 복합시설로 인해 더 높은 곳에서 다케시바 해변을 조망할 수 있게 되었고 전망 또한 아름다워졌는데, ‘스킵 테라스 다케시바 신 8경’이라는 5층 구조의 테라스가 이 시설의 특징이다. 매와 황조롱이가 둥지를 튼 ‘하늘 경치’, 꿀벌이 수분할 수 있도록 꽃을 심은 ‘벌 경치’, ‘채소밭 경치’, ‘향 경치’, ‘논 경치’, 벽면 채소밭의 ‘섬 경치’, 수조가 설치된 ‘물 경치’, 그리고 지하로 스며든 빗물을 모은 ‘비 경치’ 등 총 8가지 경치가 도쿄만의 조망을 포함해 독자적인 매력을 자랑하고 있다. 오피스 타워 3층에는 자연환경보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다케시바 UBC’가 있다.(도쿄 관광 공식 사이트 GO TOKYO) 아울러 다케시바 오피스 타워 2층~5층에 있는 ‘도쿄도 산업 무역 센터 하마마츠초칸’에는 도쿄 산업을 지탱하는 중소기업의 사업 활성화 및 국내외 판매 채널 전개의 거점으로 다양한 사업에 이용할 수 있는 전시실, 워크숍에 사용할 수 있는 회의실이 여러 개 있다. 천장 높이 5m로 기둥 없는 개방감이 넘치는 전시실은 전시회나 무역 박람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포트시티 다케시바의 전체적인 공간 이미지는 아자부다이힐즈와 같이 현대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건축 구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상업 목적이 아닌 공공적인 공유공간의 친환경 콘셉트로 꾸며져 있는 현대적인 공간인 포트시티 다케시바는 방문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콘텐츠이자 체험 공간으로서 가치가 있는 곳이다.
▲ 블루보틀 커피숍은 젠 스타일의 인테리어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공간이다. 국내에서 최근에 새로 오픈하는 매장도 같은 콘셉트로 블루보틀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다고 보인다.
시티노믹스와 젠 스타일 국가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풍부한 상상력, 문화, 친환경 등으로 평가된 도시경쟁력을 강조하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 경제학이 생성되었는데 바로 시티노믹스(Citinomics:City+Economics)이다. 이는 경제성‧문화성‧예술성‧친환경성을 갖춘 도시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라고 인식하면서 세계 곳곳의 도시들이 ‘시티노믹스’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티노믹스 시대를 발 빠르게 선점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도쿄라고 생각된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자인 원리를 사회 전반에 합리적으로 잘 적용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문화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는 ‘젠 스타일’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세계의 다른 유명 도시와는 다른 동양적인 이미지의 독특함과 개성을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듯하다. 웅장함과 규모 면에서는 유럽 등과 다르지만 색다른 개성미를 지니고 있으며, 거리와 잘 어우러진 아름답고 깔끔한 사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곳이 지금까지 살펴본 도쿄의 공간 마케팅(Space, Place marketing) 장소이다. 사인도 하나의 공예 작품이다. 세계적인 문화도시의 잘 된 사인은 거리의 공예 작품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연출하고 있다. 단순히 기호나 시각전달 매체 결과물이 아니라 그 나라와 지역의 문화와 역사, 스토리를 간직한 공예 작품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도쿄의 사인은 대부분 ‘건축과 환경’을 중시하여 도시 가로경관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제작한 것 같다. 유명 지역이나 대형 오피스 빌딩 앞에는 유사한 형태이지만 조금씩 차별화된 형태의 종합안내 사인이 나열된 것을 보게 된다. 철재 재질의 프레임과 강화유리 표면에 실크인쇄나 UV 프린트 마감의 인쇄 질감은 일본 특유의 젠 스타일의 단아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실내 화장실 등 공공 픽토그램(Pictogram, 그림문자)도 기본 형상에서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 그곳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도 특징으로 보인다. 현대의 다양한 사인은 각 지역의 개성과 특색을 담아 표현하는 커뮤니티 이미지의 역할은 물론,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지역의 특색에 맞는 사인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다목적 개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자연과 지역문화를 반영한 경관 조성이 어려운 오늘날의 도시환경에서 사인은 지역의 정보를 전달하고 도시 사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중요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 파사드나 대형 전광판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미디어는 기존의 아날로그 사인들과 함께 더욱 심각한 시각적 공해를 만들고 있다. 전체적인 도시의 이미지나 경관 색을 고려하지 못하고 명확한 디자인 콘셉트 없이, 현란하고 어지러운 키치적 이미지를 선호하는 담당 공무원이나 그것에 동조하는 건축·조경·디자인 전문가들의 좁은 안목이 도시환경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사인 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분들의 눈높이와 디자인 감각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영원한 숙제로 남는다. 사인 디자인 역시 성공적인 좋은 사례를 분석하고 검토하여 색다르게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획일화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해외의 우수한 사례들을 찾아보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내고 또 그것에 우리만의 개성과 문화적인 요소를 반영한다면 가장 우리답고 아름다운 도시 이미지를 창조해 낼 수 있다.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처럼 이것은 결국 도시경관, 도시 전체의 이미지는 물론 도시 브랜드 향상과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