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Zen style) 일본 사인 디자인에 대해 알아본다. 아자부다이힐즈, 롯폰기, 긴자, 하라주쿠, 미야시타 등 일본의 여러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 사인 디자인이 어떤 형태로 공간에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장효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교수)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 ‘아리아케 가든’의 오픈 스페이스에 설치된 웨이 파인딩 사인. 도쿄의 대형 건축물 앞에 설치된 종합안내 사이니지는 대부분 유리와 철재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물 곡각면을 활용한 안내 사이니지도 단순하지만, 현대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매력적인 랜드마크 아리아케 가든 글로벌 이벤트와 전시회가 끊임없이 열리는 ‘도쿄 빅사이트’가 있고, 레인보우 브릿지와 대형 건담이 함께하는 오다이바를 즐길 수 있으며 일본에서도 큰 규모로 유명한 ‘무인양품’이 있는 곳. 그리고 도쿄 디즈니랜드가 가깝고 하네다 공항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아리아케(Ariake)’ 지역이다. 하네다 공항과 공항 리무진 버스로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한 도쿄 아리아케 지역의 랜드마크로 ‘아리아케 가든’을 꼽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아리아케 지역의 복합 문화 공간이며 독특한 디자인과 ‘공간력’을 지닌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빌라 퐁텐 그랜드 도쿄 아리아케 호텔과 호텔에서 운영하는 ‘이즈미텐쿠 온천 아리아케 가든’,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무인양품(MUJI)’, ‘이온스타일’ 슈퍼마켓 등이 같이 있다. 특히, ‘무인양품(MUJI)’은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하고 거기에 알맞은 식료품을 소개하며, 해당 식자재를 재배한 농업 생산자를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무지(MUJI)의 철학을 풀어낸 공간이다. ‘인간의 삶 전반’을 담아내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면서 무지의 철학이 담긴 다채로운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무지가 생각하는 좋은 삶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무지의 경험 마케팅이다. (이승윤, 공간은 경험이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무지를 디자인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디자인 공간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충북 음성에 위치한 ’Root square’인데, 이곳에서 젠 스타일의 색다른 공간력을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무인양품 (MUJI)’의 공간은 멋진 젠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꾸며진 베이커리, 카페, 편집숍, 생활 가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장마다 개성 있는 공간은 멋과 맛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새삼 일본의 고유한 젠 스타일이 적용된 ‘무인양품 (MUJI)’의 디자인 감각을 마음껏 보며 느낄 수 있다.
매력적인 공간과 사이니지 디자인 매력적인 공간은 VMD(Visual Merchandising) 디자이너가 기획한 공간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강렬한 기억으로 저장될 만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 경험이나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 유통과 치유를 조합한 단어로 ‘소통을 통한 힐링’)처럼 공간 기획은 공간 설계와 전혀 다르다. 콘텐츠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며 독특하게 구성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물론 최종 과정에서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사이니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화룡점정( 龍點睛)처럼 공간을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이미지이며 정보가 바로 사이니지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아직도 그 가치와 시각적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무 개념적이고 키치적인 사이니지들이 양산되고 있다. 도쿄의 다양한 공간에서 만나는 젠스타일의 사이니지는 마치 일본 전통공예 작품의 섬세함과 차별화된 컬러 감각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일본의 젠(ZEN) 스타일은 모더니즘 디자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한자로 선(禪)을 뜻하는 젠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는 불교사상으로, 물질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서구 문명이 20세기 후반 정신적 가치에 집중하면서 미니멀리즘과 궤를 함께하며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장식을 최소화하되 나무, 흙, 돌, 식물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젠 스타일은 오늘날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비움과 균형에 중점을 둔 간결한 인테리어는 주거 공간을 비롯해 호텔이나 스테이 등 숙박 시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크게 유행을 타지 않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월간디자인, 7월호, 2024) 공간과 지역 문화를 반영한 조화로운 사이니지 디자인은 어느 공간·지역이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문화·예술 선진국의 경우 이러한 합목적 개념이 잘 적용되어 그 기능성(내구성, 재질감, 컬러나 글자체 등)과 디자인의 일관성, 통일성은 물론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현대의 정보화 시대는 디자인이 모든 분야에 접목되어 그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 역할 또한 광범위하다. 사이니지 디자인도 그중의 하나로 시각적 공해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자 모두가 먼저 사이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이니지는 정보전달 기능 외에 도시 발전과 그에 수반하는 경관 변화, 갖가지 시스템 변화 등도 도시환경과 연관하여 생각하고 계획되어야 한다. 옥외 공공 사이니지도 도시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적 인식과 도시 특성을 살려 더 나은 도시경관을 조성하고 새로운 공공 사인 문화 정착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아울러 우리의 다양한 공간들도 그 지역만의 정체성 확립과 홍보, 좀 더 살기 좋은 도시환경 구축을 위해 종합적인 지역마케팅 개념의 공공디자인 조직구성과 함께 효율적이고 공예 작품 같은, 특색 있는 사이니지의 적극적인 활용과 정착이 글로컬 시대의 선결과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