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Zen style) 일본 사인 디자인에 대해 알아본다. 아자부다이힐즈, 롯폰기, 긴자, 하라주쿠, 미야시타 등 일본의 여러 사례를 통해 젠 스타일 사인 디자인이 어떤 형태로 공간에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장효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교수)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유명한 오모테산도 힐즈의 건축물은 옛 아파트 한 동을 보존하고 재건축한 사례로 유명하다. 오모테산도 힐즈는 다양한 디자인의 건축물은 물론 도시의 기억이 잘 보존되면서 현대의 트렌드가 융합된 아이템과 표현의 공간들이 많이 있어 도쿄의 핫 플레이스 중 한 곳이다. 외부의 전경과 내부의 독특한 공간 구성 모습.
디자인콘셉트와 올바른 프로세스의 중요성 지역의 여러 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현안 사업에 대하여 디자인 자문을 하고 있다. 매년 4학년 학생들과 함께 ‘사회공유 캡스톤 디자인’ 과목에서는 로컬 브랜딩에서 스페이스 마케팅까지 다양한 디자인 협업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며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공의 공간 디자인 자문 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계획 단계부터 같이 참여하여 건축, 조경, 경관, 인테리어, 사이니지 디자인까지 일관된 디자인 전략이 적용되어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어느 정도 진행되고 마무리 공정에서 의견을 구하는 경우,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뒷정리해야 하는 난처한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도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발전하고 있으니 담당 부서의 주무관이나 팀장들의 눈높이나 의식 수준이 달라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예전과 같은 결과물을 자주 보게 된다. 오히려 어설프게 모방하여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결과물은 온라인 시대의 과다 정보로 인한 인식의 오류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러한 현상은 가장 기본적인 개념 즉, ‘디자인 콘셉트’ 부재로 인한 결과이다. 현안 사업의 1차 목적만 달성하고, 지속 불가능하며, 합리적인 협업 시스템 부재, 부처 간 칸막이, 글로벌 스탠다드 인식 부족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키치적인 결과물이 양산되고 있다. 도시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업을 통해 문제를 찾고 대안을 모색하며, 그 대안에 대한 적용(Simulation)과 테스트 등을 함께 수행하는 워크숍 형태의 작업이 필수이다. 좁은 시야로 행정업무의 연장으로 처리하는 오류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일반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려고 연간 이벤트를 준비하며 새로운 즐길 거리와 볼거리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들이 살아남으려면 온라인 서비스와는 다른 오프라인만의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해야 한다. 팝업스토어처럼 시각적 테마가 주기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동시에 차별화되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소비자가 방문할 때마다 놀라게 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보여 주지 못한 컬러와 철학, 서비스 등을 오프라인에서 차별화하면 온라인 충성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자치단체나 공공 공간도 사적 공간에서 진행되는 서비스 디자인 개념의 올바른 프로세스 적용이 절실하다.
▲ 오모테산도 힐즈 근처의 어느 쇼핑센터의 외부 사인들로 어느 정도 시간은 흘렀지만 일본 특유의 파스텔톤 컬러와 함께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젠 스타일과 오모테산도 힐즈 지금의 공간은 VMD(Visual Merchandising) 디자이너가 그린 공간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강렬한 기억으로 저장될 만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 경험이나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 유통과 치유를 조합한 단어로 ‘소통을 통한 힐링’)처럼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공간을 기획하여야 한다. 최근의 아트 프리미엄 효과 즉, 예술인 퓨전(Art infusion), 아트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공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공간 확장이나 오디끄한 콘텐츠의 차별화, 색다른 시각 표현 등 다변화되고 높아진 눈높이에 대응하는 것처럼 공공 공간도 달라져야 한다. 사이니지 역시 그 공간에 적합하고 조화로운 디자인과 재질로 제작되어야 한다. 일본의 젠(ZEN) 스타일은 모더니즘 디자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한자로 선(禪)을 뜻하는 젠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는 불교사상으로, 물질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서구 문명이 20세기 후반 정신적 가치에 집중하면서 미니멀리즘과 궤를 함께하며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장식을 최소화하되 나무, 흙, 돌, 식물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젠 스타일은 오늘날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비움과 균형에 중점을 둔 간결한 인테리어는 주거 공간을 비롯해 호텔이나 스테이 등 숙박시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크게 유행을 타지 않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월간디자인, 7월호, 2024) 이번에 살펴보는 도쿄의 하라주쿠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 마크인 ‘오모테산도 힐즈’와 ‘워드 하라주쿠’의 사례처럼, 공간 아이덴티티의 IDC(Integrated Design Communication) 전략과 전체 공간의 톤과 매너를 고려한 컬러 조합, 길 안내(Way finding) 시스템, 색다른 아우라를 보여 주는 사이니지에 이르기까지 젠 스타일(Zen style)의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사이니지의 공공디자인은 사람을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 즉, ‘공간력’을 가진다. 우리도 이제는 ‘뉴 디멘드 전략’처럼 공간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이니지 제작과 공공디자인 결과물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부끄럽지 않은 ‘우리다움’의 표현에 노력하여야 할 때이다.
▲ 하라주쿠역 맞은편에 위치한 주상복합 쇼핑몰 ‘워드 하라주쿠(WITH HARAJUKU)‘는 코로나 시기에 건축된 핫 플레이스다. 위드 하라주쿠의 여러 입점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이슈가 되는 곳은 유니클로와 이케아 편의점이며, 부티크 레스토랑과 개성 있는 카페, 포토존으로 유명한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위드 하라주쿠의 사인 시스템도 젊은 감각에 맞게 젠 스타일로 간결한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