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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분류 > 트렌드+디자인
찍은 간판 프로젝트 64
모든 감각으로 즐기는 극장, 무비랜드
글 노유청 2025-07-18 오후 2:46:38 |   지면 발행 ( 2024년 8월호 - 전체 보기 )



최소 100석 이상의 상영관이 10개는 되는 멀티플렉스. 팝콘 씹는 소리도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불안함, 그리고 누군가 스마트폰을 열어 빛잔치를 벌이게 되는 순간 밀려오는 불쾌함. 끝도 없이 분주하게 오가는 수많은 관람객 사이에서 영화를 그저 눈으로만 보게 되는 공간. 흔하게 생각하는 극장이고 멀티플렉스의 이미지는 대략 이렇다. 물론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본다는 게 늘 무미건조하진 않지만.


▲ 1층 출입구 전면에 배치한 철재사인 역시 묘하다. 노출콘크리트에 배치하는 철재사인은 얇게 만들어서 자연스레 녹이 슬도록 구성하는 게 보편적인데 무비랜드는 전혀 다른 결이다. 두껍고 단단하게 만든 통철 같고, 녹이 슬 여지도 없는 알루미늄 같은 느낌이라서. 노출 콘크리트가 보호색 역할을 해서 눈에 한 번에 확 안 들어오기도 하는데, 자극적이지 않아서 계속 보게 되고 그러는 사이에 명확하게 뇌리에 각인된다. 그리고 이 철재사인을 통해 오키나와의 한적한 피난처라는 걸 또 수긍하게 되는 것 같다.

무비랜드는 이런 보편적인 극장의 정서를 완전히 뒤엎는다. 눈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이 영화를 즐기는 듯한 공간. 무비랜드에서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다고 표현해야 적절할 것 같다. 돈이 굉장히 많은 건축가가 자신의 취향을 오롯이 녹여내서 만든 작은 극장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는 건축가만 혹은 그의 지인들만 불러서 영화를 보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결국은 일반 관객에게도 공개한 공간. 그런 묘한 느낌.
좁은 골목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 듯 3층 높이에 달린 네온사인부터 시작되는 느낌. 일반적인 극장은 영화를 상영해야 즐거움이 시작되지만, 무비랜드는 네온사인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익스테리어를 충분히 즐기고 티켓부스에서 안내를 받는데,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아날로그적 경험에 맞춰져 있다. 정말 오랜만에 티켓이라고 할 수 있는 손맛이 있는 종이인데, 그걸 발권해 주는 과정도 아날로그적이라 흥미롭다. 좌석과 극장의 공간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데, 직원이 손님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말을 거는 느낌이라서.
무비랜드는 3층 구조로 된 공간이다. 1층은 티켓부스와 매점, 2층은 영화상영 전까지 휴식을 할 수 있는 라운지다. 그리고 3층이 극장. 익스테리어부터 내부 공간까지 꽤 감각적인데, 극장주는 ‘도서관에서 나만의 공간에 아스라이 비치는 햇빛’ 혹은 ‘오키나와의 한적한 피난처’처럼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을 생각하며 기획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오키나와를 좋아해서 그 느낌을 바로 이해해 버렸다. 오키나와의 한적한 피난처. 왠지 아메리칸 빌리지 어느 한 곳에 이런 극장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 정말 오랜만에 티켓이라고 할 수 있는 손맛이 있는 종이인데, 그걸 발권해 주는 과정도 아날로그적이라 흥미롭다. 좌석과 극장의 공간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데, 직원이 손님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말을 거는 느낌이라 재밌다

무비랜드의 간판은 간결하면서도 흥미롭다. 외벽에 배치한 네온사인은 형태는 채널사인이지만 내부광원인 네온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구성한 점이 흥미롭다. 덕분에 빈티지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1층 출입구 전면에 배치한 철재사인 역시 묘하다. 노출콘크리트에 배치하는 철재사인은 얇게 만들어서 자연스레 녹이 슬도록 구성하는 게 보편적인데 수많은 관람객 전혀 다른 결이다. 두껍고 단단하게 만든 수많은 관람객 같고, 녹이 슬 여지도 없는 알루미늄 같은 느낌이라서. 노출 콘크리트가 보호색 역할을 해서 눈에 한 번에 확 안 들어오기도 하는데, 자극적이지 않아서 계속 보게 되고 그러는 사이에 명확하게 뇌리에 각인된다. 그리고 이 철재사인을 통해 오키나와의 한적한 피난처라는 걸 또 수긍하게 되는 것 같다.
2층 라운지에서 3층 상영관까지 가는 길목에 배치한 사인 역시 꽤 감각적인데, 천장에 설치한 입장안내 사인이 백미다. 노출 콘크리트벽에 붙은 직사각형의 박스사인. 빨간색, 녹색, 흰색 3가지 컬러로 공간과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알리는 기능적인 간결함까지.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다가도 간결하고 멋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게 되는 사인이자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무비랜드의 상영작은 매달 테마에 맞는 큐레이션으로 정해지는데, 7월은 박정민 배우가 ‘더위사냥’이란 컨셉으로 고른 영화였다. 2층 라운지에 그달의 큐레이션과 관련한 소품을 전시해 두는데 그걸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박정민 배우의 출연작 소개부터, 어떤 영화에서 입었던 옷, 혹은 사용했던 의자 등등 그럼 소품을 전시하듯 구성해 둔 것도 재밌다. 그야말로 무비랜드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영화의 A부터 Z까지를 경험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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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무비랜드 #성수동 #극장 #네온사인 #채널사인 #철재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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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202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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