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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의 간판디자인 이야기 2
간판의 문자
글 편집부 2025-07-18 오후 1:01:40 |   지면 발행 ( 2024년 5월호 - 전체 보기 )



환경디자인 전문가로서 오랜기간 동안 간판디자인 컨설팅 및 옥외광고 디자인 연구 등을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느낀 간판의 현주소와 더 나은 경관을 위해 나아가야 할 간판디자인 방향에 대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이미선 한국옥외광고센터 연구조사부 선임연구원)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 간판의 다양한 문자표현 방법들. 간판에 사용하는 재료나 제작 방식, 문자표현 방법은 그 시대의 사회적 환경, 기술 등에 따라 점차 변화해 왔다.

간판 제작 방식의 변화
각종 문헌자료에 따르면 간판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일상에 존재해 왔으며 간판에 사용하는 재료나 제작 방식은 그 시대의 사회적 환경, 기술 등에 따라 점차 변화해 왔다. 1950년대에는 일본식 제작 기술의 영향으로 주로 나무판 위에 페인트가 사용되었으며 극장에는 화공 기술을 활용한 영화 포스터 간판이 설치되었다. 60년대 들어서는 건축물 옥상의 대형 네온사인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가로, 골목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형 간판은 페인트를 사용한 간판이 여전히 많았으며, 간판에 사용하는 재료가 이전보다 다양해져 나무, 아크릴, 함석판 등이 간판 제작에 사용되었다.
1970년대에는 경제·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종류의 옥외광고가 등장하였으며 무허가 광고물의 수 역시 함께 증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1980년대 아시안게임(1986)과 88서울올림픽(1988)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법 간판, 대형 화공간판들이 계획적으로 정비되어 옥외광고물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간판 제작에 네온사인과 아크릴이 여전히 많이 사용되었지만 램프식 전광판, 트라이비전, 종이·천에 광고를 인쇄하는 방식 등 다양한 제작 방식이 시도되었다.
1990년대~2000년대 간판 제작 방식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실사출력과 플렉스 원단의 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출력 기술의 활용으로 문자나 그림을 일일이 그리거나 제작해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간판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플렉스 원단 안쪽으로 형광등 설치가 가능해져 대형 전광판은 물론 가로의 소형 간판에도 플렉스 간판이 급격하게 확산하였다.
2000년대 이후 간판은 플렉스 원단에 출력하는 평면적 제작 방식에서 소위 입체문자라고 하는 채널형 제작 방식으로 대거 전환되었다. 간판정비사업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청계천 간판정비사업’,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간판정비사업이 확산하였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입체형인 채널사인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지속해서 증가하였으며, 채널사인은 현재 우리나라 경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간판 제작유형 중 하나가 되었다.


▲ 인도 폭이 좁은 가로에 옆면이 두꺼운 채널문자 설치 시 가독성과 시인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가로의 특성과 채널문자 옆면 색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요즘 간판이 비슷해 보이는 이유? 채널문자!
요즘 간판에서 가장 많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간판의 문자 제작 방식은 채널(Channel)형이다. 채널형 문자는 두께감 있는 입체형으로, 문자 안쪽의 빈 공간에 LED 등의 조명기구를 넣을 수 있어 야간에도 개별 글자 하나하나를 선명하고 밝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채널문자는 사용하는 재료나 제작 방식, 조명기구의 설치 위치 및 연출 방식, 벽면과의 부착 방법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채널문자의 디자인과 연출 방식이 정교하고 복잡해질수록 제작·설치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그렇다 보니 대기업 프랜차이즈 간판을 제외하고 우리가 흔히 가로에서 볼 수 있는 채널사인의 대부분은 단순하고 둔탁한 형태를 가진 캡채널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간판의 내용, 점포의 성격과 관계없이 점포주의 요구, 비용적 한계, 제작 편의성 등에 따라 만들어진 단순하고, 두껍고, 둔탁한 채널문자는 내용과 관계없이 간판을 모두 비슷하게 보이게 함으로써 점포의 개성은 물론 그 지역 및 가로의 정체성도 상실하게 한다.
정비사업을 통해 정돈된 가로에 대해 깔끔하지만, 획일적이고 개성 없어 보인다고 평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원인에는 점포의 특성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설치된 두껍고 둔탁한 느낌의 채널문자도 일부 영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채널문자의 두께는 보는 각도에 따라 오히려 시인성과 가독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설치위치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사용을 지양하여야 하며, 보다 나은 가독성을 위해 옆면의 색채 역시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문자표현 방법
채널형 문자 제작 방식 외에도 간판에서 문자를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간판이 설치되는 벽 자체를 도화지처럼 활용하는 도색방식은 건축물 외벽의 질감(Texture)을 비교적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건축물과 간판 간의 이질감을 감소시키고 자연스럽게 조화시킬 수 있다. 다른 제작 방식에 비해 원하는 아이디어의 구현이나 표현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도안을 활용한 재미있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도 도색방식이 갖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재료나 기법 그 자체가 갖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장소를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한다.
문자표현을 위해 실제 물건(objet)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금속판 대신 점포의 특성과 성격에 맞는 실제 물건들을 문자의 재료로 직접 사용하는 방식이다.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따라 이전에는 본 적 없던 다양하고 재미있는 문자표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법은 개별 간판이 갖는 개성을 최대화해 보행자의 이목과 재미를 끄는 가로의 활력 요소로 작용한다.
그림자, 석양처럼 자연의 변화를 활용한 문자표현 방식 역시 창의적인 문자표현 방식 중 하나이다. 빛이나 조명에 의해 형성되는 그림자가 점포명을 만들어 내거나, 작은 글자를 크게 투영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자연현상을 활용한 문자표현의 경우 고정적이지 않고 지속해서 변화하여 시간의 흐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외에도 바탕판 위에 문자를 돌출되게 표현하는 파지티브(Positive) 방식이 아닌 문자가 간판의 바탕면보다 더 아래쪽에 위치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문자의 바탕면이 되는 재료의 패턴이나 질감, 문자의 깊이 정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부여할 수 있다.
간판에서 문자를 표현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가로경관이 지역 불문하고 대체로 유사해 보이고, 개성 없어 보인다면 그 이유는 간판 디자인, 특히 간판문자의 연출 방식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남들 하는 대로, 다른 간판처럼 보편적인 방식만 고수했기 때문은 아닐까? 창의적인 간판이 곧 비싼 간판이 아니다. 오히려 창의적으로 생각할수록 더 저렴하게 소비자의 발걸음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채널문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뻔한 간판 디자인 말고 보다 창의적인 간판 디자인, 다양한 간판의 문자표현 방법이 간판 획일화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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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간판 #문자 #채널사인 #디자인 #텍스처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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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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